"천천히 서두르라"는 의미인 라틴어 페스티나 렌테 Festina Lente의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닻과 돌고래' 문양이다. 격동하는 물결 속에서
단단하게 배를 고정시켜 주는 묵직한 닻과 그 주위에서 경쾌하게 헤엄
치는 돌고래를 통해 우리는 무슨 일이든 신중하면서도 민첩하게 행하
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페스티나 렌테의 정신을 떠올릴 수 있다.
사실 라틴어는 꽤 쓸모가 있다. 꼭 서양 고전학이나 신학, 법학 같은 어려운 학문을 공부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라틴어는 실제적인 효용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라틴어는 톱니바퀴처럼 복잡하고 정교한 문법체계를 갖고 있다. 이런 내용들을 익히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 지고 나면 정밀하고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이 들여진다. 하나의 크고 정교한 사고의 틀이 머리 안에 탑재되는 느낌이랄까.
서양 역사를 통틀어 가장 탁월한 인물로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는 스스로 라틴어를 습득한 후 자신의 천재성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었다고 알려진다. 라틴어의 특성을 생각할 때 이 언어를 학습한 것 자체가 다 빈치의 사고에 체계성과 분석력을 더해주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라틴어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실제적인 효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라틴어가 주는 최고의 유희는 자신이 뭔가 멋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카르페 디엠carpe diem,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같이 우리가 흔히 접하는 라틴어 문구나 단어들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문법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때, 혹은 유럽 여행 가서 성이나 광장, 성당 벽에 새겨진 라틴어 문장을 띄엄띄엄 읽어내게 될 때, 자신이 마치 굉장한 특권을 소유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지적, 정신적 수준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라틴어는 실제로 우리의 사유가 깊어지게 하는 면도 있다. 라틴어를 배울 때 흔히 접하는 문구들은 마치 고전 문학작품처럼 오랜 세월 살아남아서 그 생명력과 호소력을 증명한 문구들이다. 특히 유명한 라틴어 문장들은 현실 감각에서 남달랐던 고대 로마인들의 예리한 안목으로 가득 차 있다. 이렇게 인류의 오랜 사유와 통찰을 담고 있는 언어와 대화하는 일은 분명 우리의 내공과 매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라틴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과 함께 이 언어의 매력을 음미해 보는 책이다. 주로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하는 라틴어 단어나 문구들을 소재로 하여 라틴어의 특징적이고 주요한 문법사항들을 살펴 보며, 이러한 기초적 지식을 바탕으로 유명 라틴어 문구나 문장에 담긴 옛사람들의 혜안을 살펴본다. 시중에서 쓸만한 라틴어 교재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대개 각종 변화표들과 짧은 설명으로 구성된 책들이라 상당히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 라틴어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기보다는 이미 라틴어를 배워야만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문법 사항들만을 설명하는 책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먼저 라틴어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들을 읽으면서 라틴어 기본 문법까지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 책에서 나누고자 하는 필자의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우리가 라틴어라는 언어를 통해서 어떻게 하면 보다 매력적인 인생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라틴어라는 매력적인 언어로부터 우리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영감을 발견하고자 한 것이다.
라틴어에는 ‘고상함의 감별사Arbiter elegantiarum’ 라는 말이 있다. 주변에 있는 사람 중 자신의 품위나 취향의 문제에 관해 판단해 주고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그렇게 지칭한 것이다. 현실적이었던 로마인들에게도 품격과 고상함을 기르는 것이 하나의 관심사이자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이들이 추구했던 고상함은 고답적이거나 속물적인 고상함이 아닌, 당면한 현실을 중시하면서 이를 토대로 꽃피워내는 현실적인 고상함이었을 것 같다. 모쪼록 이 책이 세상을 좀 더 고상하고 매력있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
"천천히 서두르라"는 의미인 라틴어 페스티나 렌테 Festina Lente의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닻과 돌고래' 문양이다. 격동하는 물결 속에서
단단하게 배를 고정시켜 주는 묵직한 닻과 그 주위에서 경쾌하게 헤엄
치는 돌고래를 통해 우리는 무슨 일이든 신중하면서도 민첩하게 행하
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페스티나 렌테의 정신을 떠올릴 수 있다.
사실 라틴어는 꽤 쓸모가 있다. 꼭 서양 고전학이나 신학, 법학 같은 어려운 학문을 공부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라틴어는 실제적인 효용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라틴어는 톱니바퀴처럼 복잡하고 정교한 문법체계를 갖고 있다. 이런 내용들을 익히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 지고 나면 정밀하고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이 들여진다. 하나의 크고 정교한 사고의 틀이 머리 안에 탑재되는 느낌이랄까.
서양 역사를 통틀어 가장 탁월한 인물로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는 스스로 라틴어를 습득한 후 자신의 천재성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었다고 알려진다. 라틴어의 특성을 생각할 때 이 언어를 학습한 것 자체가 다 빈치의 사고에 체계성과 분석력을 더해주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라틴어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실제적인 효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라틴어가 주는 최고의 유희는 자신이 뭔가 멋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카르페 디엠carpe diem,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같이 우리가 흔히 접하는 라틴어 문구나 단어들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문법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때, 혹은 유럽 여행 가서 성이나 광장, 성당 벽에 새겨진 라틴어 문장을 띄엄띄엄 읽어내게 될 때, 자신이 마치 굉장한 특권을 소유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지적, 정신적 수준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라틴어는 실제로 우리의 사유가 깊어지게 하는 면도 있다. 라틴어를 배울 때 흔히 접하는 문구들은 마치 고전 문학작품처럼 오랜 세월 살아남아서 그 생명력과 호소력을 증명한 문구들이다. 특히 유명한 라틴어 문장들은 현실 감각에서 남달랐던 고대 로마인들의 예리한 안목으로 가득 차 있다. 이렇게 인류의 오랜 사유와 통찰을 담고 있는 언어와 대화하는 일은 분명 우리의 내공과 매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라틴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과 함께 이 언어의 매력을 음미해 보는 책이다. 주로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하는 라틴어 단어나 문구들을 소재로 하여 라틴어의 특징적이고 주요한 문법사항들을 살펴 보며, 이러한 기초적 지식을 바탕으로 유명 라틴어 문구나 문장에 담긴 옛사람들의 혜안을 살펴본다. 시중에서 쓸만한 라틴어 교재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대개 각종 변화표들과 짧은 설명으로 구성된 책들이라 상당히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 라틴어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기보다는 이미 라틴어를 배워야만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문법 사항들만을 설명하는 책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먼저 라틴어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들을 읽으면서 라틴어 기본 문법까지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 책에서 나누고자 하는 필자의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우리가 라틴어라는 언어를 통해서 어떻게 하면 보다 매력적인 인생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라틴어라는 매력적인 언어로부터 우리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영감을 발견하고자 한 것이다.
라틴어에는 ‘고상함의 감별사Arbiter elegantiarum’ 라는 말이 있다. 주변에 있는 사람 중 자신의 품위나 취향의 문제에 관해 판단해 주고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그렇게 지칭한 것이다. 현실적이었던 로마인들에게도 품격과 고상함을 기르는 것이 하나의 관심사이자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이들이 추구했던 고상함은 고답적이거나 속물적인 고상함이 아닌, 당면한 현실을 중시하면서 이를 토대로 꽃피워내는 현실적인 고상함이었을 것 같다. 모쪼록 이 책이 세상을 좀 더 고상하고 매력있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